똑 같은 바보
지은이 : 김미선
여름의 한낮은 참을 수 없을만치 뜨겁고 지리했다 찬물로 샤워를 해도 얼음을 입에 넣고 깨물어도 무덥고 지리한 건 마찬가지였다 하릴없이 돗자리를 깔고 누워 낮잠이나 잘까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-여기 종론데 지금 빨리 나와요- 그의 음성은 청량음료처럼 쏴아하고 시원한 기포소리처럼 들려왔다 종로가 아니라 더 먼 곳이라도 달려가고 싶었다 그런데도 나는 앙큼하게 -싫어요- 했다 이러는게 아닌데 얄팍한 여자 자존심을 앞세우는 내가 나를 놀라게 했다 한마디를 덧 붙이고 말았다 -전 그렇게 심심해할 때 말상대나 해 주는 여자가 아니예요 만나고 싶을 때엔 최소한 하루 전에 미리 약속해야하잖아요?- 일방적으로 수화기를 내려놓고는 곧 이어 나는 후회를 했다 다시 전화가 걸려오면 종로 어딘데요- 해야지 그러나 나보다 더 여리고 나보다 더 용기없는 그에게선 다시 전화가 걸려오질 않았다 나는 발을 동동거리며 안타까와 했고 혹시 수화기가 잘 못 놓여있는지 몇번이고 확인하고 있었다 바보! 우리 두 사람은 똑 같이 바보였다 |